2025년은 가장 빨리 지나갔던 해인것 같다.
20대의 마지막이기도 했고, 번아웃이 오기도 했고, 두번째 강아지가 생기기도 했고, 뭔가 기분탓일수도 있는데, 다른 해보다 더 쏜살같이 지나간 느낌이다. 서른이 되기 싫어서인지 올해만큼은 더 천천히 갔으면 좋겠다 싶기도 했던 것 같다 ㅎ..
2025의 키워드를 뽑아보자면 “가족” “안정감과 번아웃” “새로운 도전” “반성” 으로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너무 빨랐지만, 한편으로는 쉬어가는 한해였던 2026을 정리해보자..
보금자리와 가족
작년에 준비했던 보금자리로 나를 제외한 우리 가족이 이사했다. 엄마는 왔다갔다 하신다고 하셧지만, 그래도 올해 몇 달은 머무셨던것 같다. 나는 엄마가 계실때만 시간될때 짬짬히 갔다. 좀 더 자주 편하게 식사도 하고 이야기 할 수 있어서 좋은 것 같다. 계실때 편하라고 이것저것 가구나 전자제품을 채워넣었다. 내 집에도 없는 티비를 용진이가 사줬고, 침대, 냉장고, 세탁기 등등 돈이 꽤 깨지긴 했지만, 집같은 느낌이 나니까 좋긴했다. 우리 오빠가 제일 잘 즐기는 것 같다… 티비도 좋았던게, 롤 경기 중 롤드컵이나 중요한 경기에서 T1이랑 DK랑 붙을때마다 원정가서 봤는데, 갈때마다 역전승해서 기분으로는 이미 뽕뽑은 느낌이다. 근처에 가족이 있다고 생각하니 괜히 든든하고 하는 마음도 있는 것 같다. 한동안은 생일이나 이벤트때 가족들이랑 시간 보내야겠다. 사정상 유지될 수 있는건 몇년 안되겠지만, 우리가 이별로부터 치유되고 회복될 시간을 벌 수 있어서 다행이고 잘한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럭키가 심심해(?) 보여서 7월 중순에 강아지를 한 마리 더 데려왔다. 럭키랑 비슷한 크기의 종에 둘째는 성격이 추측가능한게 좋을것 같다고 추천받아 믹스가 아닌 품종견을 데려오기로 했다. 미니 오스트레일리안셰퍼드라고 일명 미니오시라고 불리는 아기 강아지를 입양했다. 이름은 여러가지로 짓고 계속 바꾸기도 했는데, 럭키비키를 완성시키기 위해 ‘비키’로 지었다.(짓고나니 브루노 아내 이름이랑 겹쳐서 당황했던 기억이..) 2개월차에 젖을 빨리 떼고 데려와서 처음에 육아마냥 지켜봐야했는데, 내가 좀 번아웃으로 스트레스를 받던 시기라 정신적으로 꽤 힘들었었다. 사람아기 육아는 얼마나 힘들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행히 갈수록 너무 귀여워져서 귀여움으로 치유를 받았다. 그런데 몇달 뒤에 털이 곱슬곱슬해지더니 미니오시라고 부르기 민망한 얼굴이 되었다. 어느 순간부터 “얘는 버니두들이에요?”라는 이야기를 종종 들어서 조사해보았는데, 버니두들(버니즈마운틴독+푸들 믹스)이 맞는 것 같다. 분양사기라니 너무 어이가 없지만 비키가 너무 귀여워서 그냥 해프닝이 되었다.
안정감과 번아웃
연초에 프로젝트를 하나 끝내고 중순까지 꽤 바빴다. 잠깐 다른 프로젝트를 하다가 maintaining 작업이랑 기능확장(?) 같은 작업을 하게 되었는데, 이런 것들이 이전보다 시간을 많이 필요로 했었다. 다 끝나고 정리되고 나니 중순쯤 된 것 같다. 이쯤에 모티베이션이 완전 바닥이 났다. 나라는 사람은 ‘내가 이 조직에서 가치가 있고 필요한 사람인가?’가 모티베이션 중에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 같다. 성과를 내고 칭찬을 받으면서 건방지지만 약간의 만족감을 느꼈고 회사가 comfort zone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생각들이 시작이었던 것 같다. 내가 회사에서 이루고 싶은 최종목표는 어떻게 보면 이루지 못했는데, 벌써 이런 생각들로 안정감을 느끼고 루즈해지는게 참 아이러니하기도 했다. 이 얘기를 매니저와 나눴을때, 그는 내가 너에게 잘했다는 말을 아꼈어야 하는 거였단 말이야? 말도 안된다며 지금 쉬어갈 타이밍이라고 했던 것 같다. 맞는 말이었다. 동기부여를 다른 부분에서 찾기 위한 노력을 했다. 창의적이고 임팩트 있는 뭔가를 찾자라는 것을 스스로를 위한 동기부여로 삼아서 다시 해보려고 하기도 하고, 9-6로 업무시간을 고정시켜보기도 하고 여러가지를 시도했던 것 같다. 집중이 힘들 때 일을 할 수 있게끔은 할 수 있었지만, 당시에 했던 모든 시도들은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해주지는 못했던 것 같다. 이런 실패들은 내가 “일이 즐거웠더라면 이런 노력을 할 필요도 없었을텐데, 현재 이 일이 나에게 즐거움을 주지 않는것 같다”는 생각이 들게 했다. 그러다보니 자꾸 땅을 파는 느낌이 들어 과감하게 그냥 그때의 감정들은 인정하고 내 인생이라는 타임라인에서 새로운 목표들을 세우는 시간을 보냈던 것 같다. 그 중에는 꽤 새로운 도전이었던 것도 있었다.
모티베이션은 가끔 뜬금없이 온다. 컨퍼런스에서 오기도 하고, 누군가와의 대화에서 오기도 하고, 협업을 하면서 오기도 하고,, 연말즈음 새 프로젝트를 하면서 한동안 잃어버렸던 ‘즐거움’을 느꼈다. 사람들과의 대화에서 컨퍼런스에서 동기부여도 얻었다. 지금은 동기부여가 자연스럽게 돌아오고 있는 것 같다. 지금까지 크고 작은 번아웃이 있었지만, 이번이 제일 길었고, 힘들었다. 너무 길어서 많은 시도를 했고, 이것들은 내가 앞으로 찾아올 또 다른 슬럼프와 번아웃을 대처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다. 잘 버티는 것도 중요한 것 같다. 가장 마음이 약해질때기 때문에 버티는게 힘들지만, 끝이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버티고 발버둥치며 또 주변의 도움을 받아보는것도 좋은 것 같다.
새로운 바람
번아웃 중 여러가지를 시도하는 과정에서 내년에 새로운 배움의 길을 가기로 마음을 먹었는데, 이것이 지금 나를 설레게 하는 것 같다. ‘위기를 기회로’라는 말이 생각난다. 또한 번아웃외에 올해 있었던 일들을 겪으면서 새로운 목표?도 생겼다. 나도 고민이 많았고 지금은 어느정도 결심이 선 상태인 것 같다. 내가 다음에 가야할 길이 명확해지니 인생이 기대되고 재미있게 느껴졌다. 현재 주어진 일에도 집중이 더 잘되는 것 같다. 연말되면서 놀면서 좀 날려먹었지만, 내년에는 또 새롭게 열심히 시작해 볼 것 같다. 결심에 대한 다음 스텝을 밟고 내년 회고록쯤에 이것들에 대해 쓸 일이 있을 것 같다.
반성
올해는 표현하는데 있어서 다소 aggressive한 표현을 쓰고 후회한적이 몇번 있었던 것 같다. 다른 사람들이 내가 옳지 않다고 생각않다고 생각하거나 인정할 수 없는 행동들을 할 때 속으로 그럴수도 있지~ 하면 되는데 그걸 좀 표현이 되어버렸던 적이 있었던 것같다. 사람들의 다양성과 그들의 생존방식이 다름을 이해하고 받아들여야하는데, 특히 왜 굳이 저런 행동을 할까?, 왜 저렇게 허세를 부릴까? 이런 생각이 들때마다 뭔가 표현을 하던가 할 뻔한 적이 많은 것 같다. 근본적인 이유가 아직도 다양성에 대한 것을 머리로는 이해하는데 가슴으로는 완벽하게 받아들이지 못해서 그런 것 같다. 참는 것과 티를 내지 않는 것이 방법일 수도 있겠지만, 이런 감정자체가 안들었으면 좋겠다. 좀 더 성숙해질 필요가 있는 것 같다. 이런 점들에 대해서 좀 더 어릴때는 30살즈음 되면 뭔가 좀 더 성숙하고 다듬어져서 초연해질 줄 알았다. 서른은 어른인 줄 알았는데, 나의 서른은 아직 미성숙한가보다. 아직도 멀었다는 점이 아쉽고 더 좋은 어른으로 성숙하기 위해서는 많이 반성하고 더 나이지려는 노력을 해야할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의견충돌이나 갈등 상황이 생겼을 때, 좀 더 말을 다듬거나 논리적으로 해서 내 의견을 잘 표출 할 수 있는 것도 배워야겠다고 생각했다. 가끔 회피하거나 싸우기 싫어서 너 말이 맞네 하고 넘긴적도 있었는데, 그러고 후회를 안하면 되는데 하곤 했어서 배워야하는 부분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결론적으로 서른을 앞둔 지금 내가 원하던 서른이 되는 건 어느정도 실패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반성하고 고쳐서 만30에는(ㅋㅋ) 멋진 어른이 되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