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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를 돌아보며

올해도 2024년을 회상하는 글을 써봅니다.

한해를 회상하려니 지난 5월 천국으로 가신 아빠가 제일 먼저 떠오릅니다. 아빠가 참 보고싶어지는 날입니다. 오래 아프셨던 아빠, 고생많으셨어요. 남은 가족들은 걱정마시고 천국에서 편히 쉬시며 지켜봐주세요. 우리를 위한 당신의 삶과 희생에 조금이나마 보답할 수 있도록 하루하루 감사한 마음으로 최선을 다해 살아가겠습니다.

참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슬픈일, 서운한일, 억울한일, 미안한일 등등.. 올해도 한해를 마무리 하는 마음으로 정리해보겠습니다.


2024년 회고록 시작~

1. 이별과 새로운 시작

지난 5월 아버지를 보내드리고, 이별에 대한 두려움이 커졌습니다. 제가 중학생때 데려와서 본가에서 키우던 강아지 ‘몽’이도 나이가 많아서 두려움과 걱정이 많아지던 시기였습니다. 그러던 중 9월 약간은 충동적으로 강아지 ‘럭키’를 용진이가 데려왔고, 이 아이는 그런 걱정보다는 만남의 행복이라는 가치에 집중하라고 말하는 듯이 엄청난 행복을 가져다 주었습니다. 럭키는 어쩌면 아버지가 주신 천사 선물이 아닐까요? 럭키가 준 행복만큼 럭키가 받았던 이전의 상처들이 생각나지 않을정도로 행복한 강아지가 될 수 있게 노력해야지 다짐했습니다.

럭키 덕분에 동네 사람들과도 친해졌습니다. 평소에 처음보는 사람은 어색해하고 불편했는데, ‘이웃’이라는 관계가 참 좋은 것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독립하고 나서 현대사회에도 ‘이웃’이라는게 있다는걸 잊을 뻔했는데, 오며가며 인사하고 이야기 나누는것 만으로도 따뜻한 정이 느껴지는것 같습니다. 의식하고 보니, 서로 더 잘됐으면 하는 마음, 도와주고 싶어하는 마음, 고마운 마음의 대화들이 동네에서 들리는 것 같습니다.

또 새로운 무언가로 기대되는건, 내년에 서울에서 가족들과 같이 지낼수 있는 보금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아버지와 많은 추억을 쌓지 못한게 마음이 아프고 후회스러워서, 가족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하려구요. 저한테도 더 좋기도 하고, 집밥도 먹을 수 있고, 몽이도 더 자주볼수 있고, 내년이 기대가 됩니다.

2. 회사, 일, 연구

a. 일 그리고 정속주행

일적으로는 올해 작년보다 더 발전한 결과를 냈던것 같습니다. 도움도 받았고 운도 좋았습니다. 기분탓일수도 있지만, 부쩍 성장한 기분이 듭니다. 개인적으로 회사에 좋은 결과물을 주고 영향을 미쳤다는 얘기를 들었을때 가장 뿌듯함을 느끼는것 같습니다. 제가 한 조직의 의미있는 존재가 된다는 느낌이 좋고, 거기에 행복감을 느낍니다. 회사에서도 성과에 대한 칭찬을 아낌없이 표현해주고, 인정해주니 계속해서 회사에 중요한 존재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실력적으로는 스스로 운인지 실력인지 여전히 의심을 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증명해야할게 많이 남았다고 생각하고, 내년에는 더 발전한 연구원이 되어 계속해서 증명해나가고 싶습니다.

올해 중순부터 결과가 나오고 익스플로잇을 시작하여 150%, 120%, 110%.. 계속 평균치를 넘어서 일했던것 같습니다. 프로젝트를 열심히 달려서 끝낸 뒤 늘어지는 기분이 싫어서 또 동기부여가 생길만한 프로젝트를 받아서 또 열심히 했습니다. 또 다른 프로젝트로 넘어가고,, 어떤건 협업을 해야하다보니 중간에 여유를 부릴 틈이 없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스스로의 템포를 놓친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프로젝트에서는 제법 성과가 보였지만 왠지 곧 확 엔진이 꺼질것 같은 느낌이 오더군요.

그러다 정속주행의 중요함을 깨달았습니다. 해킹이라는 업무가 특성상 일상생활을 규칙적으로 하기 힘들다고 생각했지만, 회사내 이스라엘 친구들은 무리도 하지 않고 정시출근 정시퇴근을 하며 휴가도 잘 보내고 성과도 잘냅니다. 그들이 그렇게 건강하게 꾸준히 했기때문에 오래오래 연구를 할 수 있고 또 그 세월만큼 엄청난 내공이 쌓이는것 같습니다. 악셀을 확 안밟는다고 성과가 안나오는게 아니기 때문에 무리하지 않게 꾸준히 80~100%더라도 일관성을 유지하는게 중요한 것 같습니다.

b. 협업

최근에는 협업이 참 어렵다고 느껴집니다. 사람사이에 템포를 맞추기 어렵달까요. 원격근무라 좀 더 어려운 것도 있는것 같습니다. 제가 동기부여가 떨어지고 늘어지는데, 동료가 열심히 일하고 있을때 엄청 미안함을 느꼈습니다. 여기서 억지로 악셀을 밟다 거기서 스트레스를 받아버리면 답이 없는 상황이라 어렵다고 느꼇습니다. 이 문제는 아직 답을 찾지 못해서, 어떻게 마인드 컨트롤을 할지 좀 더 고민해봐야할 것 같습니다.

c. 개인연구

올해 reputation에 대한 욕망이 커져서 개인연구를 따로 해서 발표를 하고 싶었습니다. 상황이 잘 안만들어졌지만 이전에도 가능하다면 공개연구를 하고 싶어 했었고, 언젠가 가르치는 일을 하고 싶은데, 거기에는 사람들이 저를 신뢰할 수 있게 reputation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어쩌면 올해 겪은 불이익도 제가 reputation이 있었다면 상황이 달라지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올해 연구한것들이 꽤 재밌는 주제이기도 하다보니 개인연구를 해도 재밌는 결과물이 나올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회사입장에서 주제가 많이 제한된다는 얘기를 들어서 곤란한 상황에 빠졌습니다. 겹치지 않는 주제를 연구했을때 좋은 발표를 준비할 수 있을지 의심이 들었고 스스로 만족하지 못한 발표를 하는건 안하느니만 못하다고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현재 회사가 좋지만 명예를 얻고 싶은 저로써는 너무 힘든 고민이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어느정도 포기했습니다. 아직 좀 더 배울게 많고, 목표가 있기도 하지만, 결정적으로 계기가 있었는데요. 좀 어이 없지만, 제가 롤 프로 경기를 좋아하는데, 제우스가 이적을 하는걸 보고 상처를 받은게 계기였습니다 하하.. 저울질하는것은 선수로서 당연한거고 그에 따른 이적도 당연한거지만 팬 입장에서 순간 서운함을 느꼈고, 큰 저울질 없이 자리를 지켜주는 선수들이 너무 고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회사에서도 어쩌면 비슷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회사입장에서 연구원들은 선수들처럼 나가도 대체할 수 있고 안나가도 되는 그런 존재일수도 있지만, 그래도 누군가 저를 필요로 한다면 크게 저울질 없이 고민 없이 자리를 지켜주는 존재가 되어주면 든든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달까요.. 모르겠습니다 이상한것 같기도 하고 핳..

3. 재밌었던 일, 기뻤던 일, 화났던 일

a. 여행

올해도 비행기를 좀 질리도록 탄 것 같습니다. 1~2월에 회사 본사인 Italy Bassano에서 미팅을 하러 일주일정도 가 있었구요.(TMI로 이때 돌아가는 비행기 시간을 착각해서 놓칠뻔했습니다. 감사하게도 택시아저씨가 엄청 밟아주셔서 겨우 문닫기 직전에 골인!)

5월에 Offensive Conference로 독일 가는김에 스위스 관광과 독일 여행을 했구용.(비와서 너무 슬펐습니다)

9월에 가족들과 동유럽 여행을 했습니다. 독일, 오스트리아, 헝가리, 체코를 돌았습니다. 패키지라서 빡빡했지만 알찼습니다. 저랑 오빠는 거이다 가본곳이지만 엄마는 유럽이 처음이라 신기해했습니다. 가능하다면 엄마와 해외여행을 자주 가면 좋을 것 같습니다. 가족여행을 마치고 저는 독일에서 헤어져 바로 스페인의 그란카나리아 섬으로 출발했습니다. 회사 첫 단체 엠티가 있었거든요. 일주일동안 다양한 액티비티와 술을 먹었습니다. 유럽에 오래있다보니 너무 음식이 물렸고 수영을 못한게 아쉬웠지만, 그래도 나름 재밌었습니다.

11월에는 zer0con으로 회사사람들이 한국에 왔고, 작년 바사노에서 친해진 친구와 그의 여자친구, 저, 용진이 4명이서 전주로 놀러갔습니다. 그러던 중 우연히 다른 친구도 전주로 간다고 해서 놀랬는데, 일정이 안맞아서 같이 못놀았습니다. 전주에서 나름 팬션도 잡고 한국식으로 재밌게 놀았습니다. 영어로 어찌저찌 대화가 되고 어울릴수 있는게 신기했습니다 ㅎㅎ

b. 사건사고

올해 좋은 마음으로 하려 했던 교육 활동을 전혀 예상치 못한 이유로 방해받은 일이 있었습니다. 제 문제가 아닌 어떤 정치적인 문제로 공격을 당한 일이었고, 이런게 처음이라 한동안 현타가 와서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았습니다. 자격이 되었음에도 할 수 있는게 없었고 판 위에 말이 된 듯한 무력감을 느꼈습니다. 세상에는 진심만으로 불가능한 일이 있고 억울하지 않으려면 힘이 필요한걸까요? 가르치는 일을 꼭 해보고 싶었는데, 정말 아쉬웠습니다. 그냥 넘어가기엔 상처를 많이 받은 일이어서 언급했으나 유쾌하지 않은 일이니 이만 줄이겠습니다. 그래도 굴하지 않고, 내년에도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한번 찾아서 좋은 영향력의 노력을 해보려고 합니다.

4. 가치관

a. 겸손

자신을 낮추는 것이 겸손이라고 생각했는데, 사실 이번에 제가 존경하는 롤 프로게이머 ‘페이커’선수 가 한 연설에서 겸손에 대한 정의에 대해서 좋은 가르침을 얻었습니다. 그에게 겸손은 자신을 낮추는 의미보다, 스스로의 부족함을 찾고 끊임없이 다른 사람에게 배우려는 자세라는 말을 했는데, 이 말이 너무 와닿았습니다. 지금까지 보안 공부를 하면서 일을 하면서, 뭔가 여기서는 더 배울게 없을것 같다, 뛰어난 다른 사람과 크게 다르지 않을것 같다라고 생각한 순간들이 몇 번 있었습니다. 그 순간들을 나중에 생각해보니 저 생각을 할 당시에 엄청 부족했었는데, 그때 제 부족함을 모르고, 더 뛰어난 사람들이 어떻게 다른지를 모르는 채로 알려고 하지조차 않아 겸손하지 못했음을 생각했습니다. 저 또한 계속해서 스스로의 부족함을 찾고, 주변의 수많은 뛰어난 해커들로부터 계속해서 배울점을 찾아 제 부족함을 채우고 성장해나갈 생각입니다. 배우고자하는 겸손의 마음으로 공부를 하려니 더 재미도 있는 것 같습니다.

b. ‘나’를 알아가기

좀 더 건강한 삶을 위해 ‘나’를 더 잘 알아가야 합니다. 내가 뭘 좋아하는지, 어떤 일을 해야 스트레스가 풀리는지, 삶의 만족감을 느끼는지를 알아야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정의가 없으면 유행이나 남들이 좋아하는것에 휩쓸리게 되는 것 같습니다.

제가 좋아하는게 뭔지, 제가 가치를 두는 것이 무엇인지 그것을 위해 어떻게 노력할지 고민했고 고민중이고 고민할 예정입니다.

c. 회사를 한다는건

용진이가 회사를 운영하는걸 옆에서 보면서, 참 힘들겠구나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제 얘기가 아니라 줄이겠습니다. 용진이를 보면서 회사입장을 많이 생각하게 되고, 저도 저희 회사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던것 같습니다.

d. 기타

올해는 오펜시브 리서치가 무엇인가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아쉽지만 다소 편협한 생각을 가지고 aggressive한 표현과 주장도 종종 했던것 같습니다. 저는 운이 좋게 제 발앞에 떨어진 과일을 주워먹다가 좋은 기회들로 여기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처럼 특출나지 않았던 사람이 기회를 가진 것이 아쉽다고 생각했고, 공평하지 않다는 생각에 이런저런 생각을 했던것 같습니다. 좀 더 많은 사람이 제게 찾아온 선택지들를 가졌으면 했습니다. 이런 마은은 여전하지만 아쉬운건 이 분야가 더 맛있는 과일이고 누구나 이걸 먹고 싶어했다는 생각을 기반으로 말했던 것 같아 이제와 돌이켜보니 그런 표현들은 오만했다는 생각이듭니다. 이래나 저래나 한국의 오펜시브 리서치가 더욱 더 발전했으면 좋겠습니다.


2025년에는..

1. 운동 꾸준히

수영을 시작했는데, 재밌습니다 :) 다른 스포츠도 배울 생각이 있습니다.

2. 아침형 인간 달성

꽤 오랜 기간 유지하고 있었는데, 최근에 다시 날려먹었습니다. 다시 복구하고 더 오래 유지해보겠습니다

3. 작년보다 더 level up 한 해커가 되기

한 타겟을 deep하게 보았을때 생기는 여러가지 아이디어와 시야가 재밌는것 같습니다. 이런 범위를 좀 더 늘리면 더 재밌을 것 같습니다. 겸손을 탑재하여 더 열심히 배워보겠습니다.

4. 새로운 취미 만들기

스포츠나 다른 어떤 취미를 만들어 보려고 합니다. 엄마가 서울 올라오시면 같이 하면 좋을것 같습니다.

5. 겸손하기

페이커의 ‘겸손’을 실천해보겠습니다

6. 영어 공부하기

귀가 좀 트였으면 좋겠습니다. 언제 트일까?

This post is licensed under CC BY 4.0 by the author.

2023 또고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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